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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 펀드’서 ‘키우는 펀드’로... 국부펀드, 전략산업 초장기 투자 기반 마련해야 - 대한상의, ‘주요국 국부펀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 발표... 한국 KIC 운용자산 세계 14위(2,320억$) - UAE 무바달라, AMD 제조자산 인수·투자로 글로벌파운드리 육성... ‘경제개발 펀드’가 첨단투자 주도 - 정부, KIC에 전략투자계정 신설 추진... 민간·정책금융이 맡기 어려운 초장기 핵심광물·원천기술 투자 집중해야 - 성공 조건 : ① 수익 내는 전략투자 원칙 ② 안정적 재원 확충 구조 ③ 국제 신뢰 얻는 투명한 운용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한국 국부펀드도 단순히 자산을 굴리고 ‘쌓는’ 역할을 넘어 전략산업과 공급망을 ‘키우는’ 역할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이 이미 단순 자산 운용을 넘어 첨단전략산업과 공급망을 선점하는 국가전략자본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28일 발표한 ‘주요국 국부펀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글로벌 국부펀드 순자산총액(AUM·Assets Under Management)은 15조 달러로 2000년(1조 달러) 대비 1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한국투자공사(KIC)가 운용하는 국부펀드는 AUM 2,320억 달러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글로벌 국부펀드 분석기관 Global SWF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11개의 국부펀드가 새로 설립되는 등 그 수와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한국도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하며, 특히 민간과 정책금융이 구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장기·대규모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며 “정부가 지난 14일 기존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펀드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고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개편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역할에 맞게 설계되기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잠재성장률 저하,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불안... ‘경제개발형 기능’ 갖춰 ‘초장기 전략투자’ 나서야
보고서는 우선 전 세계 국부펀드를 운용목적에 따라 ▲ 경제개발 펀드(기업 지분 보유 등을 통해 자국 전략산업 육성, 경제구조 전환) ▲ 저축성 펀드(자원 수익이나 재정 흑자를 투자·운용해 미래세대에 이전) ▲ 안정화 펀드(원자재가·환율·경기 등 외부충격으로부터 재정·경제를 완충)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국부펀드 운용자산 상위권에는 노르웨이 GPFG(1위), 중국 SAFE IC(2위)·CIC(3위), UAE ADIA(5위) 등 저축성 펀드들이 주로 포진해 있지만, 최근에는 사우디 PIF(4위), 싱가포르 테마섹(10위), UAE 무바달라(11위) 등 경제개발 펀드가 AI․반도체․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국부펀드의 역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개발 기능을 강화한 ‘종합형 국부펀드’ 도입을 서두르되, 이미 운용 중인 다른 공적 투자기구와의 중복 방지를 위해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간 운용사 주도로 투자를 결정하고 만기에 청산되는 '국민성장펀드'와 달리, '국부펀드'는 국가 차원의 초장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 핵심광물 광산 지분 확보, 원천기술 기업 M&A, AI 전력망 등 수십 년이 걸리는 전략자산에 국부펀드를 집중시켜야만 두 펀드 간 역할 중복을 피하고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각 기구의 참여 범위와 역할, 공동 투자 시 의사결정 기준과 우선순위 등을 법제화 단계에서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경제개발 펀드 분석... ‘수익 내는 전략투자’가 성패 좌우
보고서는 경제개발 펀드의 구체적인 사례로 싱가포르 테마섹, 사우디 PIF, UAE 아부다비 무바달라를 제시하고, 한국형 국부펀드 설계에 참고할 시사점을 도출했다.
우선 테마섹과 무바달라는 정부 소유 기구이면서도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업적 원칙을 철저히 지켜 왔다. 테마섹은 최근 10년 사이 포트폴리오 가치를 두 배로 불려 5,180억 싱가포르달러(약 4,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무바달라는 최근 5년·10년 기준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들 사례는 국가 소유 기구라 해도 상업적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때 수익성과 전략산업 육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무바달라는 미국 AMD가 반도체 제조 부문을 분사할 때 대규모 출자로 이를 인수해(2009년) 미국 대표 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립하고,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를 키워내는 등 UAE의 탈석유 경제 전환을 이끌었다. 해외에서 전략 자산을 직접 인수해 국내 산업 역량을 키우는 이러한 접근법은 해외 핵심광물·원천기술 확보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세 펀드는 모두 수익을 재투자하고 채권 발행 등으로 외부 자금을 활용해 스스로 재원을 불려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테마섹의 경우 설립시 정부 출연 및 정부 보유 기업 지분을 현물로 출자받아 자본금을 마련하고 이후 배당·자산매각·채권발행 등 자체 현금흐름으로 재투자했으며, PIF와 무바달라는 직접 현금 출자와 핵심 국영 자산의 현물 이전, 대규모 채권 발행까지 가용한 국가자원을 총동원하는 구조로 운영했다.
다만 사우디 PIF의 경우 일부 대형 국책사업에 자본을 집중하다 약 80억 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PIF 2024 연차보고서 기준)이 발생했는데, 이는 수익성 원칙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공 조건 : ① 수익 내는 전략투자 원칙 ② 안정적 재원 확충 구조 ③ 국제 신뢰 얻는 투명한 운용
보고서는 전략투자는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장기전이라고 강조했다. 기술패권과 공급망의 주도권은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의 축적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한국형 국부펀드의 3가지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수익 내는 전략투자’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수익성은 국가의 전략 목표와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수십 년이 걸리는 전략투자를 지속하게 만드는 연료다. 수익이 나야 다음 전략자산에 재투자할 수 있고, 손실이 쌓이면 전략투자의 동력이 꺼진다. 이를 위해 국가는 핵심광물·원천기술·AI인프라 등 전략적 투자영역을 정하되, 개별 투자 대상과 가격·시점·회수 여부는 전문 운용기관이 경제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 등 다른 정책 목표는 별도 수단으로 추진하고, 펀드의 투자 판단과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재원 확충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략투자는 회수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경기 하강기가 와도 투자가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출자 등 초기 재원을 토대로 하되, 출범 이후에는 운용 수익의 재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시 자산매각 등을 병행하여 투자재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셋째, 경제 논리에 따른 투자 결정과 투명성·공적 책임성의 확보다. 전략투자계정은 민간 전문 운용인력 중심의 투자결정 체계를 보장하고, 장기 수익률과 연동된 보상체계와 투명한 성과공개까지 갖춰야만 외부 압력에 흔들리는 투자나 부실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원칙 및 위험관리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정기적인 외부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해외 핵심광물이나 원천기술 기업 인수는 상대국 정부의 까다로운 투자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경제 논리에 따른 투명한 운용’ 이라는 국제적 신뢰를 얻는 것이 곧 성공적인 해외 전략자산 확보의 필수 전제조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부펀드에 경제개발 기능을 더한 ‘종합형 국부펀드’로의 개편은 의미가 크다” 며 "국민성장펀드와의 명확한 역할 분담, 그리고 ‘수익 내는 전략투자’ 원칙이 맞물려 국가 핵심 전략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 체계로 안착하길 기대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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