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간접금융 다 어려워진 기업 자금조달… 은행·증권 기업금융 확대 필요 - 상의, 비금융 204社 조사 … 가장 시급한 자금조달 과제로 ‘은행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53%) 첫손 - 최근 1년 가장 어려워진 조달수단은 ‘시중은행 차입’(44%) ... 회사채·주식 등 직접금융도 부진 - 비상장사 57% “IPO 여전히 신중” ... ‘상장 후 공시·규제 부담’(43%)이 주된 배경 - 지수 등락과 별개로 조달기반 확충이 과제... 자본규제 정비·발행환경 개선 병행 시급
기업들이 자금조달 현장에서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양쪽 모두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가지수의 등락과는 별개로, 기업이 안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자금조달 경로를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비금융업 204개사(상장사·비상장사 각 1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자금조달 실태와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자금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이 첫손에 꼽혔다. 이어 ‘회사채 발행’(19.6%), ‘주식 발행’(14.2%), ‘정책금융’(11.8%), ‘지분투자 유치’(2.9%) 등이 뒤를 이었다. <‘CP·전단채 발행’ 2.5%, ‘CB 등 메자닌 발행’ 2.0%, ‘기타’ 3.4%>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는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48.5%)이 지목됐고, ‘시장·제도의 변동성 증가’(17.2%), ‘회사채 발행비용 상승’(16.7%), ‘신주발행 활용 제약’(14.7%)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2.9%>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은행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53%)... 자본규제 정비·발행환경 개선 건의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는 물가·환율 등 거시 여건과 맞물려 정책적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응답기업들은 자금조달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은행의 자본 여력이 생산적 금융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위험가중치 완화 통한 기업대출 확대’(52.5%)를 꼽았다. 최근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증가 추세지만, 직접금융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가 더욱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위험가중치란 은행이 보유 자산의 손실 위험에 대비해 자본을 얼마나 쌓아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가중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대출 위험가중치가 완화되면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이 줄어 기업대출을 확대할 여력이 커진다.
상의는 위험가중치 완화 적용 시 실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대출부터 우선 적용하는 등 단계적·차등적 접근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업들은 ‘발행어음·IMA를 통한 증권사 기업금융 확대’(23.5%), ‘정책금융 저리대출 확대’(13.7%), ‘회사채 시장 인프라 개선’(6.9%), ‘공적보증 유연화’(2.9%) 등 자본규제 정비와 발행 환경 개선을 우선적으로 건의했다. <‘토큰증권 제도화’ 0.5%>

지수 등락과 개별 기업 자금조달은 별개로 움직였다 ... 조달기반 확충이 과제
한편 주식시장이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결과,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1.4%에 그쳤고, '별 영향 없음’이 53.9%, ‘부정적 영향’도 14.7%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오르던 5월 19일부터 6월 25일 사이 실시됐음에도 지수의 방향과 개별 기업의 실질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가가 올랐을 때 신주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한 곳은 14.7%에 그쳤다. 기업가치 제고 효과(35.3%)에 비해 실질 조달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인 것이다. <‘수혜 체감 못함’ 37.3%, ‘임직원 보상수단 다양화’ 9.8%, ‘M&A 등 전략적 활용수단 증가’ 2.9%>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IPO·유상증자) 발행액의 경우 2025년 1~5월 3조 8,415억 원에서 2026년 1~5월 2조 6,6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1~22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급감했다가 2025년 13조 7천억 원으로 회복되는 듯했으나, 올해 들어 1~5월 기준으로 다시 꺾인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상장사의 42.2%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중이지만, 긍정적 효과를 체감한다는 응답은 전체 상장사의 6.9%(참여기업의 16.3%)에 그쳤다. 제도 시행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주주환원 확대라는 방향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하도록 인센티브와 시장의 호응을 함께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상장사 57% “IPO 여전히 신중”... 공시·규제 부담 합리화 등 보완 과제 제시
증시 상승과 한 발 떨어진 비상장사에서는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신중론이 우세했다. ‘IPO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응답이 43.1%였던 반면, ‘여전히 신중하다’는 응답은 56.9%로 더 많았다.
상장에 신중한 이유로는 ‘상장 후 공시의무 및 규제 부담 증가’(43.1%)가 가장 많았고, ‘엄격한 상장 요건 충족의 어려움’(36.2%), ‘경영권 희석 및 주가관리 부담’(31.0%) 등이 뒤를 이었다. <최대 2개 복수응답>
신규 상장 촉진 방안으로는 ‘상장 후 공시·규제 부담 합리화’(43.1%), ‘기술특례상장 대상 산업 확대’(35.3%), ‘기업가치평가 기준 다양화’(33.3%), ‘거래소·금감원 이중 심사 구조 단일화’(22.5%), ‘벤처·스타트업 복수의결권 제도 개선’(20.6%) 등이 꼽혔다. <복수응답>
영문공시 확대, ESG 공시 의무화 등은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진전이지만, 인력과 예산이 빠듯한 중견·중소기업에는 실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을 함께 고려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조사에 참여한 전체 기업은 자본시장 전반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배당세 분리과세 확대 및 장기투자 세제혜택 도입’(45.6%), ‘회사채·주식 등 직접금융 활성화’(30.4%), ‘공시제도 합리화’(24.5%) 등을 제시했다. <최대 2개 복수응답>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지수 등락과 별개로, 기업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갈수록 관건이 되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이 본격 추진되는 만큼 그 효과가 기업 현장의 자금조달로 이어지도록, 은행의 기업여신 여력을 키우고 발행시장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